2009년 10월 18일
20대 4명에게 합격통지와 연봉을 적은 이메일을 보냈고, 죄송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물론 연봉 때문이었다. 너무 적다는 건 나도 알지만 대졸 초임은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는 법률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궐기할 것이 아니라면 그들의 결정에 찬동할 수 없다. 왜냐하면 취업을 하지 않고 좋은 직장에 취직되기 위해 스펙을 쌓는 것보다 어디든 들어가서 한 2년 일하다보면 훨씬 더 많은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어차피 경력직 이직은 인맥으로 하는 거고 좋은 회사에서 충성하며 차근차근 연봉올리는 것보다 이직을 통해 연봉을 튀기는 게 연봉 상승방법으로 볼 때도 훨씬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운이 좋다면 그들이 그렇게 좋아라 하는 대기업에도 갈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물론 모든 게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드럽게 빡세게 일해야하며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저놈 일 잘한다는 인정은 기본으로 받아놔야 하고 인간관계도 원만하게 잘 꾸려나가야 하며 자기계발에 쉼없이 정진해야 가능하다. 이런 건 사실 정답이 없는 게임이다. 보기 중 정답 고르기가 아니라 정답 찾기이며, 테스트 후 바로 정답/오답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재수 없으면 10년이 지난 후에야 그 방법이 옳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죽을때까지 정답인지 아닌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그들 스타일에도 안맞고 그닥 하고 싶지도 않을 거 같긴 하다.
그러다가 영원히 오답만 찍을 수도 있다.
중학교 때 한놈이 수학점수를 빵점 받았는데,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해서 선생님이 OMR 카드를 확인했더랬다. 신기하게도 이놈은 정답을 귀신같이 피해갔다. 수학적으로도 굉장히 드문 확률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수학점수였다는 거다. 수학적으로는 흔치 않아도, 우리 사회에서는 흔하다. 정답 없는 문제에서 열심히 답을 찍고 있으니 오답이 나올 수 밖에.
우리도 피해자다.
라는 말, 이해한다. 이미 두 살 때부터 그런 환경에서 자랐는데, 스타일이 후지다고 뭐라 욕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요즘도 화장실갈때 화장실 가도 되요? 라고 누군가에게 묻고 가는 게 아니라면 더 이상 시스템을 탓하지만 말아다오. 워낙 스타일이 그래서 힘들겠지만 조금만 그 스타일을 바꿔볼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상처받을까봐 미리 말 못했는데, 사실 그 스타일 이미 유행 지난거거든. 게다가 존나 구리거든. 제발 거울 좀 보면서 살아다오.
교육제도, 입시제도에 대해서 말이 많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다들 헛다리짚기가 아닌가 싶다.
근본적으로 동급생이라는 개념을 없애야 한다. 형과 아우, 언니와 동생이 한 반에서 같이 공부하지 않는 한, 경쟁체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형은 형이기 때문에 곳곳에 털이 거뭇거뭇하고 동생은 동생이기 때문에 잘 운다는 걸 배우지 않는 한 너와 나는 똑같은 조건에 오직 시험점수만 다른 존재로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존재이다를 배우기 이전에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이다를 배워야만 한다.
# by pyrexia | 2009/10/18 03:00 | 오늘을 쓰다 | 트랙백 | 덧글(0)